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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태의 가방, 2019fiction 2021. 7. 23. 12:23
기태의 가방 * 이 이야기를 읽고 누군가가 생각이 나거나 어떤 상황이 생각이 난다면 순전히 우연에 불과하다는 것을 미리 알립니다. 이 이야기는 감정에 의거한 허구입니다. 기태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했다. 동시에 멋진 사람이 되고 싶기도 했고, 부자가 되고 싶기도 했다. 기태는 모든 걸 잘하고 싶었다. 공부도 잘하고 싶었고, 축구도 잘하고 싶었고, 옷도 잘 입고 싶었고, 연애도 잘하고 싶었다. 남들과 다르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남들과 같은 건 더욱 바라지 않았다. 그래서 남들 다 웃으며 회상하는 학창시절이 기태에게는 웃음을 가져다줄 수 없었다. 인기 있는 애들이 따로 있었고, 공부로 주목받는 애들도 따로 있었고, 운동으로 주목받는 애들도 따로 있었으니까. 기태는 모든 부분에서 적당했지만, 그 적당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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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안 다니시죠?, 2018essay 2021. 7. 23. 12:21
교회 안 다니시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 종종 이런 말을 듣는다. “상은 씨는 교회 안 다니시죠?” 그럼 나는 대답한다. “네 맞아요. 안다녀요 교회.” 나도 안다. 내 겉모습과 행동으로 보이는 모습이 교회라는 곳의 이미지와는 꽤 거리가 있다는 걸. 하지만 내가 교회에 한 발짝도 들인 적이 없던 것은 아니다. 나도 교회를 다녔었다. 지금으로부터 한 15년 전쯤? 아니 더 오래전 일수도 있다. 아무튼 나도 교회를 다녔었다. 내가 좋아하는 남자친구가 모태신앙이었고 그 친구가 나에게 교회에 나오지 않겠냐고 했다. 나는 교회가 어떤 곳인지는 상관없었다. 그냥 그 친구랑 같이 있고 싶었기 때문에 흔쾌히 나가겠다고 했다. 엄마에게 앞으로 친구랑 교회에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일요일 아침 9시까지 교회에 가야 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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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 엄마, 2019fiction 2021. 7. 23. 12:19
영희 엄마 영희 엄마는 스물네 살에 결혼을 했다. 공장 일, 주방 일, 밤낮과 주말 없이 악착같이 일하며 사는 인생이 지겨웠다. 결혼을 하면 집안일만 하면 된다고 하던데, 빨리 결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영희 엄마는 결혼을 했고, 결혼한 지도 어언 20년이 훌쩍 넘었다. 얼마 전 남편이 영희를 혼냈다고 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설거지 때문이었다. 남편은 영희가 싸가지없이 설거지를 지 것만 해서 교육 좀 시켰다고 했다. 직장 구하면서 놀고 있는 애가 그런 것쯤은 지가 해야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그리고 덧붙여서 말했다. “애가 지밖에 몰라. 사회생활은 어떻게 하려고. 쯧쯧” 설거지? 그러고 보니 요즘에 퇴근을 하고 돌아오면 설거지가 없었다. 영희가 한 거였구나. 어 근데 어제는 설거지가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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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세대 생활방식, 2019essay 2021. 7. 23. 12:09
N세대 생활방식 1994년에 태어난 나는 책상 위에 올려진 두꺼운 컴퓨터로 크레이지 아케이드를 하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한 손으로 쥘 수 있는 아이폰으로 인스타그램을 한다. 내 또래는 다들 이런 시간을 겪었을 텐데, 이런 우리를 N세대라고 한다. 다음은 N세대를 설명해주는 포털사이트 글이다. ••• N세대는 ‘Net 세대’의 줄임말로,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네트워크 세대’라는 의미를 지닌다. 대개 1977년 이후 태어난 N세대는 인지능력이 생길 때부터 컴퓨터와 친숙해졌고,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인터넷이 구성하는 가상공간을 삶의 중요한 무대로 인식한 세대다. ••• 1 얼마 전, 친구가 애인이 헤어지자고 해서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자초지종을 듣고 잘 해결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친구와 연락을 끝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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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 인생 (Handmade-Life), 2020video 2021. 7. 22. 17:02
Handmade-Life, 2020 '수제 인생 (Hand-made Life)'은 20대 후반 작업자 세 명이 대화를 나눈다. - '서울의 힘'에서는 서울에서 태어나지 않은 셋이 모여 서울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은 서울에 작업실과 월세방, 그리고 직장을 구한다. 서울에서 태어나지 않은 그들은 왜 그래야만 했을까? - '그럼에도 불구하고'에서는 각자의 작업 과정에 대해 말한다. 매체는 다르지만 세 작가 모두 같은 과정을 이야기한다. 작업 전반, 제작, 후반까지 작가 본인이 책임지는 과정, 그것을 영상에서는 '개고생'이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작가는 그런 삶의 방식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 '수제'란 무엇일까? '수제'는 손으로 만들었다는 뜻이며 '직접'이라는 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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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와 앵무새, 2018fiction 2021. 7. 22. 16:44
영희와 앵무새 영희는 늘 아빠를 의심했다. 영희는 늘 아빠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따금 영희가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도와주기는 했지만, 그 도움도 의심스러웠다. 어딘가 불편했다. 그때마다 아빠의 표정은 늘 어딘가 짜증나보였으니까. 세상은 부모는 자식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영희는 그 말을 되새겼다. 맞아,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니까. 그렇다고 하니까. 내가 했던 생각은 다 의심인 거야. 내가 잘못 생각한 거야. 시간이 계속 흐르고 영희는 고등학생이 됐다. 영희에게는 집안 얘기를 할 만큼 친한 친구들도 생겼다. 친구들과 영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폭언,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를 가진 친구, 엄마를 때리는 아버지를 가진 친구, 도박을 해 가끔에나 집에 오는 아버지를 가진 친구,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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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r Portrait, 2018essay 2021. 7. 22. 16:36
Our Portrait 얼마 전 일하는 곳 건물에 레드벨벳의 팬 사인회가 열렸다. 사람들은 레드벨벳이 입장도 하기 전에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었다. 레드벨벳이 입장하는 동시에 사진을 찍기 위해서. 나와 내 동료들은 그 풍경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고, 한 동료가 나에게 말했다. “나는 진짜 이해가 안 가. 인터넷에 치면 고화질로, 예쁘게 잘 나온 사진이 얼마나 많은데 왜 저 사람들 사이에서 저러는지 이해가 안 돼.”라고. 나는 대답했다. “저도요. 근데 뭐, 자기가 봤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서겠죠? 오늘 찍은 저 사진을 보여주면 남들이 레드벨벳을 봤다는 사실을 믿을 테니까요.” 대학 때 내가 만든 졸업 작품은 ‘해시태그’라는 작업(아래 사진)이었다. 해시태그는 인스타그램에서 유저들이 카테고리별로 사진을 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