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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태의 가방, 2019
    fiction 2021. 7. 23. 12:23

    기태의 가방

     

    * 이야기를 읽고 누군가가 생각이 나거나 어떤 상황이 생각이 난다면 순전히 우연에 불과하다는 것을 미리 알립니다. 이야기는 감정에 의거한 허구입니다. 

     

     

    기태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했다. 동시에 멋진 사람이 되고 싶기도 했고, 부자가 되고 싶기도 했다. 기태는 모든 잘하고 싶었다. 공부도 잘하고 싶었고, 축구도 잘하고 싶었고, 옷도 입고 싶었고, 연애도 잘하고 싶었다. 남들과 다르고 싶었던 아니지만 남들과 같은 더욱 바라지 않았다. 그래서 남들 웃으며 회상하는 학창시절이 기태에게는 웃음을 가져다줄 없었다. 인기 있는 애들이 따로 있었고, 공부로 주목받는 애들도 따로 있었고, 운동으로 주목받는 애들도 따로 있었으니까. 기태는 모든 부분에서 적당했지만, 적당한 자신의 위치가 성에 차지 않았다. 

     

    기태는 주목받고 싶었다. 사랑받고 싶었고, 최고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기태는 자신에게 가장 소질이 있는 야구를 열심히 하기로 했다. 기태는 학교 야구부에 들어갔다. 학교의 야구부에선 이따금 선배들에게 잘한다는 소리도 들었고, 때때로 있던 학교 대항전에선 기태의 활약으로 승리를 거머쥐기도 했다. 기태는 그때마다 희열을 느꼈지만, 본인의 실력이 미래까지 책임질 정도가 아니라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영부영 야구를 접고 점수에 맞춰 적당한 대학에 들어갔다. 기태는 자신이 수많은 학생 명이라는 사실과 이들 모두가 기태와 비슷한 실력으로 공부했던 애들이라는 사실이 시원찮았다. 자신이 무엇하나 빼어난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도 사실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바로 그때, ‘지현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애가 기태에게 다가왔고, 기태는 연애를 시작했다. 

     

    지현은 기태를 좋아했고, 기태는 자신이 처음으로 1등인 관계가 마음에 들었다. 내세울 만한 불행을 가진 가정은 아니었지만 무한한 사랑과 안정을 주는 곳도 아니었던 가정에서 벗어나 기태는 지현에게 많은 행복을 느꼈다. 하지만 언제나 기태의 마음속에 자리하던 결핍된 감정들은 관계를 순탄히 이어나가는 불가능하게 했다. 따라서, 기태는 이별했다. 

     

    기태는 대학을 졸업한 이곳저곳에서 알바생으로 전전하며 지냈다. 고깃집 서빙, 택배 상하차, PC 야간알바까지. 무엇을 해야 할지 없었고, 무엇이 하고 싶은지도 없었다. 그래서 동기들이 많이 지원하는 업계에 취업을 준비했고, 기태는 적당한 회사의 인턴이 되었다. 내키진 않았지만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방황하며 시간이 흘러버려 집에 손을 벌리며 생활하기가 부끄러운 나이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인턴이 소식을 집에 전하자마자 기태가 들은 질문은 정규직이 아니었냐는 , 월급을 얼마나 차이가 나냐는 말이었고 부모님께서 마지막에 해주신 말씀은무조건 버텨라였다.

     

    무조건 버틴 덕에 기태는 정규직이 됐다. 기태는 소식을 친한 친구인재호에게 알렸다. 어릴 적부터 알고 지냈으며 누구보다 기태를 아는 재호. 재호는 소식을 듣고 좋은 날이니 술을 마시자고 했고, 둘은 포장마차에서 만났다. 재호는 기태에게 축하한다고 했다. 기태는 고맙다고 대답했는데 표정은 기쁜 표정이 아니었다. 재호는 기태의 기분을 눈치채고 아무 없이 기태를 바라보았다. 한참을 김치만 쳐다보던 기태가 말했다. “인생이 이렇게 초라하냐

     

    기태는 결심했다. 지긋지긋한 삶에서 그래도 사랑할 찾기로. 그렇다면 무엇을 사랑할까. 우선 기태는 가까이에 있는 것들을 사랑하려 했다. , 가족을 사랑하려 했고, 영화와 책을 사랑하려 했으며 애인을 사랑하려 했고, 직업을 사랑하려 했다. ‘소소한 행복을 찾아보라 인터넷과 책에서 나오는 뻔한 문장도 속는 치고 믿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길가에 민들레꽃을 사랑하려 했고, 맛있는 음식을 사랑하려 했고, 따사로운 햇살과 선선한 바람 모두 사랑하려 했다. 하지만 기태의 마음마저도 기태의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사랑으로 희석해보려 할수록 쓸쓸해졌고, 열심히 살면 살수록 눈물이 많이 났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최고가 되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젠 아침 해가 뜨면 불안하고 거울을 보면 한심해졌다. 

     

    정규직으로 근무한 2년이 되어가고 있었다. 기태는 연차를 써서 스무 이후로 처음 휴가를 가지게 됐다. 정말 오랜만에 가지는 휴가에다 연달아 쉬는 만큼 해외를 다녀오라고 동료들이 이야기했지만 기태는나중에요.”라고 대답했다. 기태는 알람을 끄고 모든 연락을 무시한 채로 잠을 청했다. 며칠을 그렇게 보내다 문득 바다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기태는 가장 이른 시간으로 강릉행 버스를 예매하고는 서둘러 가방을 챙겨 나갔다. 창가 자리에 앉아 창밖을 바라봤다. 많은 나무와 많은 자동차. 버스가 출발했다. 계속 창밖을 바라보던 기태는 어느덧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 

     

    강릉에 도착했다. 버스를 타고 바다에 도착했다. 날씨는 따뜻하고 바람은 시원했다. 기태는 기태가 가지고 있는 욕심들이  자신을 괴롭게 한다는 알았지만, 모든 욕심을 포기하는 일은 더욱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도 알았다. ‘ 잘하고 싶었는데기태는 혼잣말로 말했다. 바다는 왠지 괜찮다고 해주는 같았다. 그래서 조금 울었다가 눈물을 금세 닦고 일어났다. 가방을 들쳐메고 가다가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뒤를 보니 기태의 가방은 열린 상태였고 때문에 가방 안에 있던 물건들이 모래밭에 떨어져 있었다. 순간 상황이 기태의 인생을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열린 채로 들쳐메진 가방, 나의 불찰로 나에게서 영영 사라졌을 수도 있는 내가 소중히 여긴 것들. 기태는 자리에서 주저앉아 고개를 숙이고 울었다.

     

    기태는 그날 , 자기 전에 바다를 보러 나갔다. 아름다웠다. 그리곤 바다를 보며 자신과 감정을 나눴던 얼굴들을 떠올렸다. 하지만 기태는 모든 것들이 일시적인 감정이었고 지나간 관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기태의 초라한 인생. 살아보겠다고 모든 사랑해보려 하고 사랑할 찾으려 했던 자신의 모습도 우스웠다. 어차피 나도 인생도 아무것도 아닌데. 기태는 모래를 손에 쥐었다 빠져나가게 하기를 반복하다가 숙소로 돌아가 잠들었다. 

     

    휴가가 끝나고 다시 회사에 출근했다. 동료들은 휴가를 보냈냐고 물어봤고 기태는 미소를 지으며 보냈다고 대답했다. 어디 놀러 갔었냐고 묻기에 바다가 보고 싶어서 강릉에 다녀온 이야기했고 좋았겠다는 말이 돌아왔다. 사실은 바다가 보고 싶었다기보단 보면 죽을 같아서 갔던 거지만, 진짜 궁금해서 여쭤보신 아닐 테니 정도 대답이면 적당하다. 기태는 강릉에서 찍은 바다 사진을 보며 생각했다. ‘그래도 보고 싶은 하나 생겼어마음속에 쓸쓸함이 피어났지만, 모르는척했다. 그래야 기태는 자신이 있다는 이제야 깨달았으니까. 기태는 계속 바다 사진을 쳐다보았다. 누가 봐도 평범하고 처연해 보이는 행동은, 기태에겐 가장 힘이 나는 일이었다. 기태는 다시 한번 오래, 눈에 힘을 주어 바다를 바라봤고 사진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사진을 보고 있을 때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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