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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라이프 (Still Life), 2019essay 2021. 8. 4. 11:22
스틸 라이프 (Still Life) 1 책을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어쩌면 맥빠지는 소리일 수도 있지만 나는 내가 글을 쓰게 될 줄 몰랐다. 고로 책을 내게 될 줄도 몰랐다. 물론 글을 쓰기 시작한 후부터는 언젠간 책을 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내 인생이 이렇게 흘러갈 줄은 알지 못했다. 난 대학에 사진으로 입학했는데 수업은 현대예술이론 및 실기를 배워 졸업했고 졸업 후엔 옷가게에서 일을 하면서 글을 써서 책을 냈다. 난 정말 내가 이렇게 살아갈 줄 몰랐다. 아무튼 다시 글을 쓰게 될 줄 몰랐던 얘기로 돌아가서, 내가 글을 쓰게 된 상황적 계기는 노트북을 사게되면서였다. 난 게임도 안하고 일러스트나 영상이나 음악 작업도 하지 않으니 노트북을 열면 PC 메신저와 포토부스 밖에 켜는게 없었다.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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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사랑을, 2019essay 2021. 7. 27. 13:41
사랑으로 사랑을 좋은 전시나 좋은 카페가 있다는 얘기를 전해들으면 난 늘 묻는다. “사람 많아?”라고. 그 이유는 사람이 많으면 그 장소에서 들리는 무자비한 셔터소리와 스튜디오처럼 이용되고 있는 풍경들을 별로 보고싶지 않다. 물론 나도 좋은 곳에 가면 핸드폰을 들어 사진을 찍긴 하지만, 뭐 아무튼 과한 건 별로다. 그래서 그런지 때때로 좋은 분위기를 지닌 곳이라고 입소문이 난 공간들에는 ‘지나친 촬영은 삼가해주세요’라는 안내가 따른다. 왜일까? 꼴보기 싫어서? 물론 그것도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그 안내의 핵심은 주인들이 그런 행동들로 인해 자신의 공간을 망치는 걸 막기위해서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그 공간을 정말 알고싶어서 온 사람들이 자리에 앉았는데 사방에서 들리는 셔터소리와 인생사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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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의 존재 이유, 2016essay 2021. 7. 23. 17:32
미디어의 존재 이유 1) 처음 만나게 된 친구와 버스에 탔다. 같이 이어폰을 나눠 꽂았다. 나에게 무슨 음악을 좋아하냐고 물었고, 힙합 음악을 좋아한다고 대답했다. 같이 힙합 음악을 듣다가 아차 싶어서 되물었다. ‘너는 무슨 음악 좋아해?’ 그 친구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줬다. 내 취향도 아니었고, 좋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어 노래 좋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나는 거짓말을 한 게 아니다. 노래가 좋지는 않았지만, 아무렴 좋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의 악습관 중에 하나는 사람을 무지하게 가리는 것이 있다. 성격은 물론이고 옷이며 보는 영화며 신고 온 신발 취향 모든 게 내가 정해 놓은 스펙트럼 안에 있어야만 했다. 그러던 내가 조금 나아지게 된(고쳐지지 않았음을 돌려 표현) 계기는 조금 허무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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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상한 취향, 2018essay 2021. 7. 23. 17:28
나의 고상한 취향 검정치마, Nirvana, Cigarette after sex, 방백, Mac Demarco, 이소라, David Bowie, 오존, 장기하의 얼굴들, 혁오, 김일두, 유재하, 김광석, 카더가든, King Krule의 노래들과 이창동, 쿠앤틴 타란티노, 라스 폰 트리에, 짐 자무쉬, 왕가위, 레오 까락스, 스탠리 큐브릭, 장률, 자비에 돌란, 홍상수의 영화들과 무라카미 하루키, 한강, 헤르만 헤세, 기형도, 양귀자, 알베르 까뮈, 다자이 오사무, 밀란 쿤데라의 글들. 합정의 무대륙, 앤트러사이트, 콜마인. 경복궁의 mk2, 종로의 식물, 을지로의 잔, 한강진의 웨이즈오브씽, 지금은 사라진 플리플리까지. 내가 지금 열거한 것들은 내가 사랑하는 나의 취향 어린 것들이다. 정확하게는 타인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