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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디어의 존재 이유, 2016
    essay 2021. 7. 23. 17:32

    미디어의 존재 이유

     

    1)

     

    처음 만나게 친구와 버스에 탔다. 같이 이어폰을 나눠 꽂았다. 

    나에게 무슨 음악을 좋아하냐고 물었고, 힙합 음악을 좋아한다고 대답했다. 

    같이 힙합 음악을 듣다가 아차 싶어서 되물었다. ‘너는 무슨 음악 좋아해?’

    친구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줬다. 취향도 아니었고, 좋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노래 좋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나는 거짓말을 아니다. 노래가 좋지는 않았지만, 아무렴 좋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의 악습관 중에 하나는 사람을 무지하게 가리는 것이 있다. 

    성격은 물론이고 옷이며 보는 영화며 신고 신발 취향 모든  

    내가 정해 놓은 스펙트럼 안에 있어야만 했다. 

    그러던 내가 조금 나아지게 (고쳐지지 않았음을 돌려 표현) 계기는 

    조금 허무맹랑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장기하와 얼굴들의괜찮아요라는 노래 덕분이다. 

    노래를 들어주었으면 좋겠지만, 귀찮으실 분들도 있을 테니 간략하게 노래를 설명해보겠다. 

    노래는나는 생선회를 좋아하지만, 당신은 좋아해도 괜찮아요라는 가사로 시작한다. 

    그렇게 계속나는 좋아하지만, 당신은 좋아해도 괜찮아요라는 문장이 나열된다.

    나는 노래를 부분까지만 들었을 때는 

    네가 나랑 취향이 하나도 맞아도, 내가 그거 무시할 만큼 사랑해라는 뜻이라고 짐작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후렴구에서는어차피 당신도 떠날 거잖아요. 아무래도 나는 상관이 없어요.’, 

    나는 정말 맞는 사람이 있었더랬어요. 사람마저도 나를 떠났잖아요.’라는 가사가 나온다. 

    상실의 태도였다.

    물론 노래 자체는 슬프지만, 노래를 듣고 나니 그동안 나의 삶에 있어서 

    타인에게 빡빡(?)하게 굴었던 우습게 느껴졌다.

    그렇게 까다로웠지. 취향이 맞으면 행복하겠지만, 취향 맞는 그리 하늘 일이라고.

     

    2)

     

    홍상수 감독의 알지도 못하면서라는 영화에서 학생이 영화감독인 김태우에게 

    이런 영화를 만드세요? 이해가 가요. 만드세요?’라고 묻는 장면이 있다. 

    그때 김태우는 화가 나서 목소리로 횡설수설하며 얘기했다.

    잠깐 영화를 일시 정지하고 만약 내가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뭐라고 해야할지를 생각해보기로 했다. 

    창작하셨어요. (물론 영화에서이런 영화를 만드세요?’라는 질문은 

    이딴 영화를 만드셨어요?’라는 뉘앙스를 품고 있다)

     

    영화 학생처럼 시니컬하게 

    그거 만들어서 뭐해’, ‘그거 봐서 뭐해’, ‘거기 가서 뭐해라는 말씀을 하는 분들이 있다.

    삶이 파도 같은 사람도 있지만, 호수같이 잔잔한 사람들도 존재한다. 

    여러 세계를 직접 겪어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다른 세계를 미뤄 짐작해 있거나, 

    다른 세계를 가질 있는 태도를 가질 있다. 

    나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를 듣고 나의 편협한 사고를 개선하려는 태도를 가지게 되어

    나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 있는 친구들을 더러 사귈 있게 되었다. 노래를 듣지 않았다면, 

    여전히 나는 전과 같이 편협한 인간으로 남아 홀로 인생을 살았음이 틀림없다.

     

    3)

     

    존재 이상의 이유를 가지고 시대를 유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디어(Media)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먹고 사는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먹고사는 것만 채워진 삶을 

    만족스러운 삶과 동일시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친구도 만나고 연애도 한다. 주말엔 영화나 전시도 보고 때때로 계획을 짜서 여행도 간다.

    밥도 먹고 술도 먹고 이따금 맛있는 집이 있으면 줄을 서서 기다려 먹어 보기도 한다.

    우리가 이런 필요 이상의 행동을 하는 이유는 행복 혹은 이상의 무언가를 느끼기 위해서, 

    혹은 마음속 어딘가에 있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함이라고 짐작한다.

     

    미디어의 존재 이유라는 거창해 보이는 타이틀로 글쓰기를 시작했지만, 

    결국 내가 말하고 싶은 하나다.

    사유는 인간이 가진 아름다운 능력이라는 글을 어딘가에서 적이 있다.

    사유를 거쳐 만들어진 미디어는 우리에게 겪어볼 없는 감정을 미뤄 짐작해 있기도 하고, 

    보고 나서 어떠한 태도를 가질 있게 수도 있다. 

     

    유유자적 산을 돌아다니다가 아주 우연히 산삼을 발견하고 봤다!’라고 말하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인생을 유유히 살다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있는 산삼뿌리가 

    영화, , 음악 등에 숨겨져 있을 수도 있다.

@itwasreal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