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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 인스타 스토리, 2019essay 2021. 8. 7. 21:39
트루 인스타 스토리 대학에서 과제로 쓴 글중에 ‘카메라는 내가 무언가를 찍는 사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 내가 찍히는 사물이다.’라는 말을 했던 적이 있다. 이걸 느끼게 된 계기는 ‘인스타그램’이다. 지금은 나와 당신은 물론이고 심지어 가게들도 공지를 인스타그램으로 한다. 하지만 저 글을 썼을 당시에는 인스타그램 유저는 소수였다. (화자는 SNS중독자이기 때문에 이런 흐름에 빠르게 반응함.) 나는 그 소수에 속했고, 몇 안되는 사람들과 팔로우를 했다. 그렇게 사람들의 사진을 보고 #좋아요 를 누르던 중 나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내가 무려 아이디를 보지 않고 사진만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사진을 누가 올렸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나만 가진 초능력이 아니다. 이 상황은 다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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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상한 취향, 2019essay 2021. 8. 7. 21:37
나의 고상한 취향 검정치마, E sens, Nirvana, Cigarette after sex, Nothing But Thieves, 방백, Mac Demarco, 이소라, 김사월, David Bowie, 오존, 장기하의 얼굴들, 혁오, 김일두, 유재하, 산울림, 김광석, 카더가든, 빛과 소금, King Krule의 노래들과 이창동, 쿠앤틴 타란티노, 라스 폰 트리에, 짐 자무쉬, 왕가위, 레오 까락스, 스탠리 큐브릭, 장률, 자비에 돌란, 홍상수의 영화들과 무라카미 하루키, 한강, 헤르만 헤세, 기형도, 양귀자, 알베르 까뮈, 다자이 오사무, 알랭 드 보통의 글들. 합정의 무대륙, 앤트러사이트, 콜마인. 경복궁의 mk2, 종로의 식물, 을지로의 잔, 상수의 이리까페, 제비다방, 지금은 사라진 한강진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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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미지들 , 2019essay 2021. 8. 7. 21:30
우리의 이미지들 (Beautiful things don’t ask for attention) 며칠 전 서울에서 밥을 먹었는데 옆 테이블 여자분들과 뒤 테이블 남녀 모두 어딘가 낯이 익었다. ‘어디서 본 사람들인가?’ 했는데 문득 인스타그램에서 본 사람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1000명이 넘는 분들과 팔로우를 하고 있고 당연히 모르는 분들이 훨씬 많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사진이 있는데 나에게 기억이 스치는 게 신기했지만 보통 내 또래들이 가는 지역이나 가는 가게가 비슷하니까 또 그렇게 신기할 일이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요즘엔 정말이지 개개인들 모두 많은 이미지들을 갖고 있다. 심지어 이미지에서 더 나아가 영상물들도 많아졌다. 많은 사람들이 유투버가 되고, 많은 사람들이 브이로그(V-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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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조림 파인애플, 2019essay 2021. 8. 7. 21:29
통조림 파인애플; 내가 사랑했지만 잃어버린 것들과 곳곳에서 발견되는 영원에 대한 소망 1 얼마 전에 을지로 만선 호프에서 우산을 잃어버렸다. 파란색 장우산. 몇 년 동안 썼던 우산이었는데 날씨 때문에 자리를 여러 번 옮기다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아주 순식간에 잃어버렸다. 우산을 잃어버리는 게 무슨 대수일까 싶지만, 그 잃어버리는 일이 지겨웠다. 더 이상 내 인생에서 그런 일이 없었으면 했다. 그래서 일부러 눈에 쉽게 띌만한 파란색, 크기가 큰 장우산으로 샀던 거였는데, 잃어버렸다. 비가 조금만 오는 날엔 갖고 다니기가 걸리적거리는 크기였지만, 그래도 열심히 들고 다녔었는데, 이렇게 쉽게 잃어버렸다. 잃어버린 그 순간에 우산의 색깔과 크기 같은 건 아무 소용도 없었다. 2 아마 내 또래 모두가 그렇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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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번을 생각해도 이상한 이야기, 2019essay 2021. 8. 7. 21:26
100번을 생각해도 이상한 이야기 1 정확하진 않지만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일로 기억한다. 우리 반에는 혼혈인 애가 한 명 있었다. 그 애는 혼혈인 이라는 이유로 다수의 아이들과 생김새가 달랐다. 그 애는 그런 이유로 은근한 따돌림을 당했었다. 나도 생각해보면 그 때 그 애가 뭔가 잘못한 것 없이 미움을 받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분위기에 휩쓸려서 그 애한테 상냥하게 군 적이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선 가끔씩 회상하면서 후회를 한다. 진심으로 다시 만나 사과를 하고 싶다.)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정말 안 좋은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은 교탁에 서서 머리를 하루에 한 번 감는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다. 다수의 아이들의 손을 들었다. 이어서 이틀에 한 번 감는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다. 아까보다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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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의 정류장, 2014essay 2021. 8. 7. 21:20
동네의 정류장 21살의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정확하게 내손동-포일동에서만 살면서 이 동네와 함께 커왔다. 그렇게 21년을 이 동네에서지내는 동안 동네가 변하는 것을 직접 보고 느껴왔다. 이유를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20살이 되고나서 동네에 대한 생각이 많이 생기고 ‘동네도 나도 참 많은 시간을 보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흐르면서 나도 동네도 바뀐 부분이 많았고 계속해서 바뀌어가고 있다. 그렇게 바뀌어가는 많은 것 들 중 한 가지가 정류장인데, 정류장은 계속해서 변화했다. 완전하게 탈바꿈을 해버리는 건 아니지만 마치 내가 나이를 먹으며 알게 모르게 외모, 성격, 느낌 등이 변해 가는 것과 같이 정류장도 미묘하게 바뀌어갔다. 첫째로 정류장은 계속해서 이름이 바뀌었다. 대충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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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아파트, 2019essay 2021. 8. 7. 21:19
아름다운 아파트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살던 집은 반지하였다. 옆집엔 장애가 있으신 아버지를 둔 가족이 살았고 윗집엔 나에게 인자한 표정으로 웃으며 인사를 받아주시지만 매일같이 물건을 집어던지며 싸움을 하시는 중년 부부가 살았다. 그래도 집집마다 꽤 살갑게 관계하며 살았다. 내 또래들도 많았고 우리는 친하게 지냈다. 언제는 혼자 있는데 집에 벌레가 있어서 엉엉 울며 101호 친구에게 달려가 제발 잡아달라고 했던 적도 있었다. 지금은 연락을 안 하지만 참 고마웠다고 전하고 싶다. 아무튼, 맞벌이로 열심히 돈을 모으신 우리 부모님께선 어느 날 우리 집이 이사를 갈 거라고 했다. 마음이 떨렸다. 새로운 동네에 가서 새로운 학교를 다니며 새로운 친구들과 적응할 생각을 하니 두려웠다. 자신이 없었다. 떨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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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이방인, 2019essay 2021. 8. 7. 21:18
영원한 이방인 열여덟-열아홉 때였던 것 같은데 홍대에 아늑한 카페가 있었다. 길을 걷다 우연히 발견한 카페였고 반지하에 위치해있었다. 어떤 특별함 같은 게 있진 않았지만 편안했다. 사람들이 적당히 오고 갔고, 음료의 맛도 불편한 구석이 없었다. 은근한 편안함에 나는 내 지인들과 홍대에 가게 되면 자주 그곳에 갔고 사장님은 어느덧 나를 기억하셨다. 기억하시니 친절하게 맞아주셨다. 음료를 시키면 케이크를 서비스로 주셨다. 몇 번 감사히 먹었지만 아무래도 마음이 그랬다. 그래서 그다음에 갔을 땐 애초에 케이크도 시켜버렸다. 하지만 내 계획은 소용없었다. 사장님은 결제할 때 금액을 깎아주셨다. 너무 감사했지만 이상하게도 난 더 이상 그 카페에 가기가 어려워졌다. 나는 다른 카페를 찾기로 했다. 딱히 계속 머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