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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번을 생각해도 이상한 이야기, 2019
    essay 2021. 8. 7. 21:26

    100번을 생각해도 이상한 이야기 

     

    1

     

     

    정확하진 않지만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일로 기억한다. 우리 반에는 혼혈인 애가 있었다. 애는 혼혈인 이라는 이유로 다수의 아이들과 생김새가 달랐다. 애는 그런 이유로 은근한 따돌림을 당했었다. 나도 생각해보면 애가 뭔가 잘못한 없이 미움을 받는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분위기에 휩쓸려서 애한테 상냥하게 적이 없다. ( 부분에 대해선 가끔씩 회상하면서 후회를 한다. 진심으로 다시 만나 사과를 하고 싶다.) 3학년 담임선생님은 정말 좋은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은 교탁에 서서 머리를 하루에 감는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다. 다수의 아이들의 손을 들었다. 이어서 이틀에 감는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다. 아까보다 적은 인원이 손을 들었다. 그리고는 혼혈인 아이를 쳐다보며일주일에 머리를 감는 사람은 하나야. 머리 하나 감는데 30분이 걸리니 1시간이 걸리니?"라고 말했다. 나는 너무 충격이었다. 지금 선생님이 하신거지?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하루는 학교에 촬영 카메라 여러 대가 우리 앞에 준비돼있었다. 방송국에서 나왔다고 했고, 방송국 사람들이 찍는 대상은 혼혈인 아이라고 했다. 아이들은 없는 애를 찍어?'라는 표정을 지으며 무슨 프로그램이냐고 물었다. <인간극장>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아이들의 반응은 ''라는 외마디였다. 선생이라는 인간은 평소보다 역겨운 화장두께를 선보이며 교탁에 섰다. 선생은 내가 스승의 날에 나의 엄마가 돈을 들여 사준 브로치를 하고 왔다. 선생은 ' 브로치 누가 준거지?'라고 했다. 손을 들까말까 고민하다가 손을 들었다. 보며 지그시 미소를 지었고 아이들은 '~'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때를 선명히 기억하는데 때의 하나도 기쁘지 않았고, 우월감, 만족감 같은 느끼지 못했다. 창피했고, 더러웠다. 그리고 애들은 혼혈인 아이랑 친한 친구에게 하는 장난을 치는 모습을 보였고, 카메라는 찍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나는 혼혈인 친구의 방송분을 챙겨보았고 화면 속에서 선생은 역겨운 화장과 내가 브로치를 상태로 ' 친구는 밝고 아이들과도 어울려요.'라는 헛소리를 해댔다. 마음속으로 '아니면서, 아닌 알면서'라고 말했다. 방송을 보다가 내가 수치스러워져서 TV 껐다.

     

    10년보다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가끔 일상을 보내다가도 문득문득 일이 생각나곤 한다. 지난날에 어리고 무지해서 편협한 사고로 틀린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사람인데. 그렇지만 이걸 기억하고 깨달았다면, 사과도 있지 않을까. 우리도 사람인데. 사과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애한테 정말 끔찍한 기억이라 꺼내고 싶지 않을 수도 있을 거로 생각한다. 하지만 글이 언젠가 돌고 돌아 친구에게 전해져 친구가 '그래도 미안해하는 사람이 명은 있네.'라고 슬쩍 짓는 미소를 희망하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글을 보았다. 사람이면 그러면 됐던 건데. 미안해.

     

     

    2

     

     

    중학교 단과 학원에 다녔었다.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 월수금을 나갔던 거로 기억한다. 이걸 짐작할 있는 이유는 어느 금요일 학원에 가기 , 전화가 울렸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가 위독하시다고 했다. 시골에 가야 하니 학원에 가지 못한다고 전화를 하고 집에서 기다리라는 엄마의 말이었다. 아무래도 예감이 좋지 않았다. 오랫동안 아프던 할아버지께서 위독하시다는 . 말은 할아버지가 죽음에 가까이 있다는 얘기였다. 나는 학원에 전화하고 구석구석 뜯어봤다. 엄마가 언제 오실지는 모르지만, 갈아입을 시간 정도는 있는 같아 옷장을 봤는데 마땅히 입을만한 검정 옷이 없었다. 그래서 아쉬운 대로 신고 있던 양말을 벗어 검정 양말로 갈아신었다. 비록 작게 곰돌이가 그려져 있긴 했지만 그래도 양말보단 낫다고 판단했다. 

     

    차를 타고 시골에 갔다. 시골에 가는 도중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본인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은 엄마는 조금씩 울었다. 병원으로 가던 차는 장례식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머리털 나고 처음 오는 장례식장이었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데서 보던 것처럼 할아버지의 사진은 가운데 걸려있고, 검은색 양복을 입은 나의 친척들이 여기저기에 계셨다. 유가족 안에 앉아있는데 막내 이모가 오셨다. 막내 이모는 분홍색 야구모자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었고 네일아트를 화려한 손톱에 운동화를 신고 오셨다. ‘ 끝나고 바로 오셨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몇몇 어른들이 바로 의상을 나무랐다. 예상대로 이모는 일이 끝나고 바로 와서 그렇다고 했다. 하지만 어른들은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입었냐고. 하지만 알고 있었다. 막내 이모가 매일매일 퇴근하고 할아버지의 수발을 들으러 경기도 안산에서 충남 태안까지 갔다는 사실을. 근데 이건 나만 알고 있는 비밀이 아니었다. 어른들은 막내 이모가 그렇게 행동했다는 것을 나보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할아버지를 서로 모시라고 떠넘기던 어른들은 정신승리를 하기 위해 멀쑥하게 검은색 양복을 입고선 사람인 척하고 앉아있었다. 막내 이모의 옷이 장례식장에 객관적으로는 적합하지 않았지만, 이모가 할아버지를 그런 마음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충분히 알면서. 충분히 알면서도 그렇게 쏘아붙였다. 

     

    아무튼 장례식은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을 걸쳐 진행되고 마무리되었다는 표현이 이상할 수는 있지만, 마무리가 되었다. 월요일이 되었고 나는 학원에 갔다. 금요일에 빠진 터라 옆에 앉은 친구한테 페이지를 펴야 하냐고 물어봤던 같은데 그걸 듣고 수학 선생이 내가 금요일에 빠졌던 생각이 났는지 갑자기할아버지가 위독한 네가 가서 ?’라고 말했다. 말투가 마치 아픈 할아버지를 네가 낫게 해줄 있는 것도 아닌데 결석을 하냐는 거였다. ‘돌아가셨어요.’라고 대답했다. 선생은 당황했고, ‘돌아가셨어?’라고 말했다. 나는 돌아가셨어요.’라고 말했다. 

     

    수업을 듣는 내내 아까 선생의 말이 맴돌았다. 내가 가서 하냐고. 내가 아픈 할아버지를 낫게 있는 것도 아닌데 가서 하냐고. 낫게 해줄 있는 아니면 가면 되는 건가. 아픈 할아버지 옆에서 멀뚱멀뚱하게 있을 거면 그냥 수학 공부를 하는 맞는 건가. 그럼 그러지 않았으니까 틀린 건가. 아닌데 따져보면 엄마가 데리고 건데, 그럼 우리 엄마가 틀렸다는 건가. 별생각이 들었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와서도 분했다. 돌아가셨다고 하니까 그제야 표정을 바꾸는 수학 선생이 어이없었다. 난생처음 가보는 장례식장에서 엄마가 울고, 아무것도 없는 벌판에서 아이처럼 우는 엄마를 달래는 마음이 얼마나 어려웠을지 알지도 못하면서. 알지도 못하면서. 할아버지의 죽음은 그간 악화되는 할아버지의 상태에서 짐작할 있었지만, 할아버지를 떠넘기던 본인들의 행동을 잊기위해 남을 헐뜯는 친척들과 할아버지를 살리지도 못할 거면서 결석을 한다고 비아냥 하는 선생이 있을 줄은 몰랐다. 그래서인지 할아버지의 죽음을 생각하면 할아버지보다 일들이 먼저 떠오르는데, 이건 억울하다.

     

    이전에 첫번째 얘기에서는 혼혈인 친구를 차별한 선생과 따져 보면 잘못된 상황인 알면서도 방관한 . 마지막으로 모든 아주 예쁘게 포장된 방송에 관해서 썼었다. 바람이 가지 있다면 첫째는 내가 쓰는‘100번을 생각해도 이상한 이야기시리즈가 오늘로써 막을 내렸으면 하는 , 번째는 (물론 지금도 나는 성인이지만) 내가 어른이 되었을 지금의 나처럼 이런 글을 내려 가려고 머리를 쥐어짜는 젊은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것이다. 

     

    오늘은 버스를 기다리다가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다. 시시콜콜 연락할 만큼 친근한 사이는 아니지만,  버스에서 내리기 좋은 어른이 되자는 약속과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이렇게 나는 달을 묵혀뒀던 글을 오늘에서야 마무리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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