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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제의 사물들, 2019
    essay 2021. 8. 7. 21:54

    어제의 사물들

     

     

    1

     

    옷과 신발을 사게 되면 처음 샀을 때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하는 모든 행동들을 일절 하지 않는다. 소위 말해 입는 편이고 책도 그렇다. 가지고 다닐 때는 이것저것 들어간 가방에 쑤셔 넣어 모서리 여기저기가 낡고 읽으면서 좋은 부분은 펜으로 밑줄도 치고 책날개가 없으면 페이지를 접어놓기도 한다내가 이렇게 행동하는 마음은 사물이 손을 타는 모습을 보는 좋아서이다. 처음 같은 상품의 퀄리티가 아니더라도 괜찮다. 스크래치와 주름 모두 것이 되어 히스토리를 가지는 같아서 나에겐 모습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2

     

    언젠가 사진을 불에 태운 적이 있었다. 잊고 싶은 시간이 담겨있던 사진이라 불에 태웠는데 막상 불에 타고 있는 사진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내가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빨리 물을 뿌렸다. 멍하니 타다 말은 사진을 초간 멍하니 바라보다 사진을 꺼내 북북 찢어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때 알았다. ‘ 사진은 태우는 아니구나 그날 조금 울고 실패로 돌아간 사진 태우기를 누군가에게 들킬까 마음을 졸이며 잠에 들었다. 사진 태우기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언제나 잊고 싶은 시간이나 잊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그에 관련된 모든 물건들을 버려버린다. 언젠간 사진을 반쪽만 찢은 적도 있었고 매직으로 얼굴을 까맣게 칠해버린 적도 있었다. 히스테릭하게 들릴 있지만 감정 조절이 서툴렀던 어렸을 때였으니까 넘어가 주면 좋겠다. 아무튼 덮어두고 구석에 박아놓고 하다가도 안되겠으면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곤 했다.

     

     

    3

     

    그렇게 버리면 괜찮아질까? 그렇지도 않다. 기억이 사물에만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어떤 풍경을 가진 공간이라면? 전설로 남은 밴드의 음악이라면? 맛과 식감이 생생한 음식이라면? 잊을 없는 향수의 향기라면? 이건 끔찍해진다사진을 태웠던 얘기로 다시 돌아가 해석해보자. 첫째로 내가 센서티브 인간이라고 해석될 수도 있고, 둘째로 생각보다 미련이 남았던 시간이라 사라지는 불안했던 거라고 해석될 수도 있다. 그리고 상품에 흔적을 덧입히는 번째 얘기는 남들과 같은 공산품을 샀지만 안에 투영해 사물에서 과거와 과거의 나를 느끼고 싶어 했다고 해석될 수도 있을 같다. 사물이 사물로써 기능하기보다 이상을 바라던 마음이 뭔갈 찾아내고 싶어 했던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내가 들었던 생각은 사물의 물성이 우리의 생각보다 강하다는 해석이었다

     

    4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였던 같은데 책에선 이런 구절이 있다.사람이 사라지면 사람과 가장 가까웠던 물건들이 싱싱하게 살아나는 같다 부재는 존재를 증명한다는 말이 이런 거였을까. 사물도 사물로만 존재하는 아닌 같다. 아무래도 사물보다 우리가 약한 같다. 사랑할 있어서 그럴까. 혹은 기억할 있어서 그럴까우린 어쩌다 사물까지 사랑하게 돼서 이렇게 과거가 지나가면 사물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거나 엉엉 울거나 벌벌 떨기까지 하는지. 사물에 나의 흔적을 많이 묻히려고 나의 태도도 이쯤 돼서 돌아보니 어딘가 허술하기도 하고 조금 쓸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많이 성숙해진 같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사물보다 약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내가 지어낸 사실일 수도 있지만 다들 글을 읽으면 어떤 사물 하나가 떠오를 같다. 괜히 오는 날에 생각나게 해서 미안하단 말로 글을 마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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