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wasreality_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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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번을 생각해도 이상한 이야기, 2019essay 2021. 8. 7. 21:26
100번을 생각해도 이상한 이야기 1 정확하진 않지만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일로 기억한다. 우리 반에는 혼혈인 애가 한 명 있었다. 그 애는 혼혈인 이라는 이유로 다수의 아이들과 생김새가 달랐다. 그 애는 그런 이유로 은근한 따돌림을 당했었다. 나도 생각해보면 그 때 그 애가 뭔가 잘못한 것 없이 미움을 받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분위기에 휩쓸려서 그 애한테 상냥하게 군 적이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선 가끔씩 회상하면서 후회를 한다. 진심으로 다시 만나 사과를 하고 싶다.)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정말 안 좋은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은 교탁에 서서 머리를 하루에 한 번 감는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다. 다수의 아이들의 손을 들었다. 이어서 이틀에 한 번 감는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다. 아까보다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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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의 정류장, 2014essay 2021. 8. 7. 21:20
동네의 정류장 21살의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정확하게 내손동-포일동에서만 살면서 이 동네와 함께 커왔다. 그렇게 21년을 이 동네에서지내는 동안 동네가 변하는 것을 직접 보고 느껴왔다. 이유를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20살이 되고나서 동네에 대한 생각이 많이 생기고 ‘동네도 나도 참 많은 시간을 보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흐르면서 나도 동네도 바뀐 부분이 많았고 계속해서 바뀌어가고 있다. 그렇게 바뀌어가는 많은 것 들 중 한 가지가 정류장인데, 정류장은 계속해서 변화했다. 완전하게 탈바꿈을 해버리는 건 아니지만 마치 내가 나이를 먹으며 알게 모르게 외모, 성격, 느낌 등이 변해 가는 것과 같이 정류장도 미묘하게 바뀌어갔다. 첫째로 정류장은 계속해서 이름이 바뀌었다. 대충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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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아파트, 2019essay 2021. 8. 7. 21:19
아름다운 아파트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살던 집은 반지하였다. 옆집엔 장애가 있으신 아버지를 둔 가족이 살았고 윗집엔 나에게 인자한 표정으로 웃으며 인사를 받아주시지만 매일같이 물건을 집어던지며 싸움을 하시는 중년 부부가 살았다. 그래도 집집마다 꽤 살갑게 관계하며 살았다. 내 또래들도 많았고 우리는 친하게 지냈다. 언제는 혼자 있는데 집에 벌레가 있어서 엉엉 울며 101호 친구에게 달려가 제발 잡아달라고 했던 적도 있었다. 지금은 연락을 안 하지만 참 고마웠다고 전하고 싶다. 아무튼, 맞벌이로 열심히 돈을 모으신 우리 부모님께선 어느 날 우리 집이 이사를 갈 거라고 했다. 마음이 떨렸다. 새로운 동네에 가서 새로운 학교를 다니며 새로운 친구들과 적응할 생각을 하니 두려웠다. 자신이 없었다. 떨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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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츠 뉴 트렌드, 2018essay 2021. 8. 7. 21:17
잇츠 뉴 트렌드 요즘 ‘소확행’이라는 말이 자주 보인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문장을 줄인 말이다. 이 문장은 내 추론이 맞는다면 무라카미 하루키가 먼저 표현했던 문장이다. [생활속에서 개인적인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크든 작든 철저한 자기 규제 같은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꾹 참고 격렬하게 운동을 한 뒤에 마시는 차갑게 얼린 맥주 한 잔 같은 것이다. 그러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없는 인생은 메마른 사막에 지나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렇듯 문장이 세상에 표현되면 사람들은 공감하고 공감한 사람들은 ‘좋아요’를 누른다. ‘좋아요’를 눌린 게시물들은 공유되고 그 문장은 더 널리 빠르게 퍼져나간다. 그리고 그 문장은 이내 길거리에서 볼 수 있게 된다. 맛있고 저렴한 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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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글, 2018essay 2021. 8. 7. 21:15
서울의 글 오래살던 동네를 떠나 서울살이를 시작하게 됐다. 1월에 시작했으니 약 10개월이 지났다. 동네에서 매일같이 ‘서울’을 염원하고 이 동네를 뜰거라고, 맨정신에 그리고 취했을 때 입이 마르고 닳도록 다짐 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심지어 재수가 좋아 대학교도 동네에서 해결봤었다. 그래서 어렸을 적부터 기억이 많이 쌓여있고 기억들은 물론 좋은 기억들도 있지만 그만큼 슬프고 잊고싶은 기억들도 있었다. 그 모든 걸 뒤로하고 싶었다. 성공하면 다 모르는 척 할 수 있거나 안주삼아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새롭게 살고싶은 마음이랄까. 새로운 학교에 전학생으로 살고싶기도 했고 영화 의 알리처럼 정착하지 않고 떠나는 사람이고 싶기도 했던 것 같다. 서울에 가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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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편린 (片鱗), 2016essay 2021. 8. 4. 11:32
나의 편린 (片鱗) 때는 초등학생 3학년 쯤으로 기억한다. 우리집 주변에는 놀이터가 여러개 있었는데, 그 중 그네가 유일하게 3개가 있는 놀이터가 있었다. (다른 놀이터는 모두 그네가 2개였다.) 그 날은 그네가 3개있는 그 놀이터가 가고 싶었다. 날씨가 흐렸다. 흐린 날씨 때문인지 놀이터에는 다른 아이들은 없고 나와 친구 둘밖에 없었다. 재미있게 놀고 있었다. 미끄럼틀도 타고, 구름다리도 걸으면서. 그리고 이제 그네를 타야하는데, 가운데 그네에 웬 늙은 아저씨가 앉아 있었다. 어 친구랑 옆에 나란히 타고 싶은데. 그 때는 그게 중요했다. 친구랑 옆에 나란히 앉아서 탔어야 했다. 그래서 그네를 타지는 못하고 그네 주변을 어물쩍 거리고 있었다. 아저씨가 비키지 않았다. 그네 타야되는데. 친구는 아직 그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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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사물들, 2019essay 2021. 8. 4. 11:25
어제의 사물들 1 난 옷과 신발을 사게 되면 처음 샀을 때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하는 모든 행동들을 일절 하지 않는다. 소위 말해 막 입는 편이고 책도 그렇다. 가지고 다닐 때는 이것저것 다 들어간 가방에 쑤셔 넣어 모서리 여기저기가 낡고 읽으면서 좋은 부분은 펜으로 밑줄도 치고 책날개가 없으면 페이지를 접어놓기도 한다. 내가 이렇게 행동하는 마음은 사물이 내 손을 타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아서이다. 처음 같은 새 상품의 퀄리티가 아니더라도 괜찮다. 그 스크래치와 주름 모두 내 것이 되어 히스토리를 가지는 것 같아서 나에겐 그 모습이 더 아름답게 다가온다. 2 언젠가 사진을 불에 태운 적이 있었다. 잊고 싶은 시간이 담겨있던 사진이라 불에 태웠는데 막상 불에 타고 있는 사진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내가 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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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치마의 상수역, 2019essay 2021. 8. 4. 11:24
검정치마의 상수역 - 검정치마의 ‘상수역’은 나의 ‘상수역’과 같은가? 지난 2월 12일 검정치마의 새 앨범이 나왔다. 앨범명은 [THIRSTY]. 타이틀곡은 ‘섬 (Queen of Diamonds)’이었고, 내가 꽂힌 곡은 ‘상수역’이었다. 상수역에 자주 가서 그런가, 제목부터 내 마음과 닿아있는 느낌이 들었는데, 노래의 가사 또한 왠지 모르게 공감이 됐다. 아무튼,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면 떠오르는 나만의 기억이 있다. 상수역에서 약속이 있던 날이었는데, 유치하게 ‘상수역’을 재생시키고 상수역으로 향했다. 겨울이 떠나지 않고 봄은 아직 오지 않아서 날씨가 좀 쌀쌀했다. 바람이 내 머리칼을 뒤로 쓸었고, 내 귀에선 계속해서 ‘상수역’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이리까페에 들어갔다. 거기엔 날 기다리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