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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수의 마음, 2019
    fiction 2021. 8. 6. 15:36

    희수의 마음

     

     

     

    신도림역에서 희수를 봤다. 희수는 울고 있었다. 나는 원래 신도림역에 가지 않는다. 오늘만 우연히 건데, 앞으론 다시 일이 없을 텐데, 여기서 희수를 보다니. 희수는 소리 내지 않고 울고 있었다. 희수도 보았을까? 초간 멍하니 희수를 바라봤지만 다가갈 없었다. 우냐고 물어볼 없었다. 그냥슬픈 일이 있나 보다. 그러니까 저렇게 울겠지. 그것도 지하철역 안에서라고 생각하고 시선을 거뒀다. 나는 지하철을 갈아타고 계속해서 희수를 생각했다. 이러다 희수가 지하철에 뛰어들면 어떡하지. 아니야 요샌 스크린도어가 생겼으니까 죽으려도 죽을 없지. 하지만 희수는 울고 있었을까. 애인이랑 헤어졌나? 재빨리 희수의 SNS 들어갔다. 아니다. 애인과의 사진은 여전했다. 아직 지운 건가? 무엇일까. 도대체 무엇일까?

     

    나는 집에 도착해 샤워를 하면서도 희수를 생각했다. 이제는 희수의 학창시절 모습을 떠올렸다. 희수는 적당한 존재감에 두루두루 좋은 관계를 가진 학생이었다. 공부도 그만큼. 근데 희수는 책을 좋아했던 같아. 희수가 읽던 책을 내가 빌렸었지. 교복도 별로 줄였던 같아. 친구들 문제인가? 다시 희수의 SNS 들어갔다. 최근에 고등학교 친구들과 일본 여행을 다녀온 사진이 있었다. 이것도 아니구나. 그럼 뭘까. 희수는 신도림역에서 울고 있었을까.

     

     

    ! 신도림역이 직장인가? 그래 회사생활이 힘들었을 수도 있겠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네. 나름대로 정답 비슷한 찾았다고 생각하며 희수의 SNS 계속 다시 보았다. 울었을까. 나는 희수를 계속 생각하며 인기 검색어도 보다가 밀린 드라마를 재생시키고 다른 친구와 문자를 했다. [ 혹시 희수 기억하냐? 윤희수. 희수 취직했냐?] 친구는 바로 답장이 왔다. [희수? 회사 다닐 텐데? 걔네 애들 최근에 일본 다녀온 사진에 민주가 캡션에다 ‘All 백수💙라고 되어있었어. 내가 부러워서 기억해. 근데 갑자기 ?] 말할까 말까 고민하다 이야기했다. 우연히 신도림역에서 희수를 봤는데 울고 있었고, 나는 인사를 하지 않고 모르는 척하고 지나갔다고. [그럼 희수 아직 동네사냐?] [모르겠어 애들한테 물어봐 볼까?] 괜찮다고 하고 희수에 대한 이야기는 이만 줄였다. 하지만 계속 한편에 희수가 울던 장면이 리플레이 되고 있었다.

     

    천장을 바라봤다. 도대체 그렇게 슬프게 울던 거야. 그러다 잠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출근을 했다. 신도림역. 그게 시쯤이었지? 내가 여의도에서 저녁을 먹고 8 반쯤 헤어졌으니까 9 안됐겠네. 9 안되는 시간에 신도림역. 소리도 내지 않고 울고 있던 희수. 혹시 희수가 아니었나? 아닌데. 분명히 희수였어. 뭐지 회사도 다니고, 애인도 만나고 있고, 친구들이랑 무슨 일이 있는 것도 아닌 같고. 그럼 진짜 뭐지? 이렇게 일주일 동안은 이따금씩 희수 생각을 했다.

     

     

     

     

    어영부영 시간이 흐르며 희수 생각은 아주 드물게 났다. 희수가 울었을까에 대한 의문은 희수가 울던 날처럼 일이 있었겠지하는 시니컬한 생각으로 매듭지어지고 있었다. 그래, 내가 이렇게까지 생각하는 것도 오버하는 거야. 그러던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다음 달에 결혼하는 친구다. 시간이 너무 빠듯해서 청첩장을 직접 주지 못할 같다며, 미안하지만 우편으로 보내겠다는 연락이었다. ‘괜찮아. 주소 문자로 보낼게. 근데 결혼식엔 애들 많이 오냐?’, ‘ 우리 반이었던 애들은 거의 ? 그러면 희수. 희수 얘네 반이었는데. 친했을 텐데. 상상을 했다. 희수를 결혼식에서 마주치는 상상부터 시작해서 피로연에서 사실 신도림역에서 봤다고 울었냐고 묻고 솔직한 대답을 듣는 것까지. 희수가 정확히 초대받은 인물인지 묻고 싶었지만 묻지는 않았다. 축하한다고 말하고 통화를 끊었다. 

     

    결혼식 날이 되었다. 여러 친구들과 인사를 했고 내가 그럴 알긴 했지만, 희수를 찾았다. 희수 친구는 없나. 결혼식이 임박해도 희수는 보이지 않았다. 모르겠다. 결혼식에나 집중해야지. 신부가 친구가 입장했다. 친구에게 비친 조명 뒤로 아까는 없었던 누군가 서있었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 희수다. 나도 모르게 옆에 친구한테 뒤에 미니스커트 희수 아니냐?’ 물었다. 그런 같다고 친구가 대답하고 나는 신부가 친구 , 희수 . 다시 신부가 친구 , 희수 . 행여나 희수가 사라질까 눈으로 잡아두고 있었다. 

     

    식이 마무리되어가며 예식장은 밝은 조명으로 바뀌었고, 나는 희수에게 부담이 되지 않게 다가갈 궁리를 하고 있었다. 밥은 먹고 테니 먹고 나서 인사해야겠다. 식당의 형식은 뷔페였다. 접시를 들고 음식이 아닌 희수를 향했다. ‘희수야라고 불렀고 희수는 고개를 돌려 봤다. 희수는 웃으며안녕 오랜만이야라고 말했다. 오랜만. 오랜만이 아니라고 정정해야 하나? 얼마 전에 봤다고 해야 되나? 생각하던 찰나에 타이밍을 놓쳐 그러진 못하고 지냈냐고 물었다. 희수는 지냈다고 대답했다. ‘너는 지냈어?’, ‘ 그럭저럭 지냈어희수는 다시 미소를 띠며다행이네 맛있게 먹어라고 말하곤 음식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희수야. 오늘 ? 이따 애들이랑 같이 마시려고 하는데 시간 괜찮으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희수는 대답했다. ‘미안. 일이 있어서 같아 아쉽지만 그렇지 않은 척하며 괜찮다고 했다.

     

     

    희수는 음식을 담고맛있게 먹어라고 말한 자리로 돌아갔다. 기분이 찜찜해서 식사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모르겠다. 그냥 술이나 마셔야지. 애들이랑은 밥을 먹고 수다를 떨다 술집에 들어갔다. 아까 얘기 하고, 하고. 학창시절 얘기 하고, 하고. 그래도 재밌었다. 마시고 떠들다 보니 희수 생각이 잠잠해졌다. 근데 뭔가 표정이 어딘가 좋았는데. 웃는 자연스럽긴 했지만 뭔가 이상했어. 내가 과대해석하는 건가. 그렇지만 술자리에서 희수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우리 이야기에 있는 인물도 아니었고 오히려 말하게 되면 말이 돌고 돌아 희수에게 상처를 수도 있을 같아서 말을 꺼내지 않았다. 

     

    다시 집으로 돌아갔고 희수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더럽게 듣고 싶었지만 잊기로 했다. 그렇지만 이따금씩 희수의 SNS 들어갔다. 그러다 용기랄 없었지만 침을 꼴깍 삼키고 팔로우를 요청했다. 희수도 핸드폰을 하고 있었는지 금세 나에게도 팔로우를 해줬다. 희수의 SNS 다시 자세히 보았다. 숨은 그림 찾기 하듯이 행복해 보이는 모든 사진에서 희수의 슬픔을 찾아내려 했다. 하지만 눈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찾을 없었다. 좋았을 사진만 올렸던 거겠지. 그러니까 SNS에서는 웃는 얼굴이고 신도림역에선 우는 얼굴이었던 거겠지. 

     

    계속 나는 희수가 울었는지 알아내려 했다. 이쯤 되니 희수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그냥 나의 궁금증이 아닐까 싶은 마음에 자신이 역겨워졌다. 뭣도 아닌 주제에 내가 이럴까. 생각을 접자. 궁금증에 불과한 거면 이건 정말 희수를 기만하는 거야. 그리고 SNS 하는데 희수가 사진을 업로드했다. 얼마 결혼식 희수 사진이었다. 하얗고 깔끔한 카페에서 커피잔을 들은 희수의 사진. 나도 모르게 숨은 슬픔을 찾아내려 하다가 아차 싶어 얼른 SNS 껐다. 

     

     

    이렇다 소식 없이 계속해서 시간이 흐르며 별다른 없이 계절이 바뀌고 있었다. 강남에서 동료들과의 술자리를 가져 마지막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고 있었다. 핸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모든 사람들이 내릴 준비를 했다. 음악소리를 줄이니 신도림역까지만 운행하는 열차라 반대 승강장으로 가라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나도 사람들을 따라 헐레벌떡 내렸다. 신도림역. 희수가 울고 있던 . 나도 모르게 좌우를 살폈다. 혹시나 희수가 있지 않을까. 희수의 슬픔이 숨어있지 않을까. 하지만 거기엔 아무것도 없었다. 있다 하더라도 나는 찾을 없었다. 눈엔 보이지 않았다. 

     

    계단을 올라 승강장으로 향하면서 희수의 SNS 켰다. 게시물은 그때 그대로. 지하철에서 빠져나와 버스를 타고 창밖을 바라봤다. 희수 SNS 본다고 내가 알아. 신도림역을 뜯어봐도 내가 있겠어. 갑갑한 모습을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다 나의 SNS 들어갔다. 생일 케이크 사진이 있었다. 생일 케이크 사진에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말을 써서 올렸었는데 사실 기대보다 생일이 초라해서 자기 전에 울었었다. 그래 나도 사진들이 전부가 아니지. 정말 쓸쓸하고 수가 없네.

     

     

    가족 모임이 있어 동네에 갔다. 지하철에서 내려 걸어가는데 편안한 차림을 희수가 반대편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동시에 눈이 마주쳤다. ‘ 희수야!’ 나와는 달리 희수는 차분하게 인사했다. 나는 상기된 마음을 가라 앉히고 약간 어색하게 말을 붙였다. ‘ 지내?’ 희수는 지낸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내가 병신처럼 물어보고 말았다. ‘진짜지?’ 희수는 약간 갸우뚱했지만 다시 그럼 지내지라고 대답했다. 나랑 희수는 반대로 걸어갔고 나는 걷다가 뒤돌아서 희수의 뒷모습을 초간 바라봤다. 희수는 조용히 걸어갔고,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게 내가 희수의 마지막이었다.

     

    그때 희수는 어디로 갔을까. 희수는 웃고 있을까. 아니면 어디선가 울고 있을까. 아니면 괜찮은 척하고 있을까? 희수는 무얼 하고 누구에게 기대어서 살고 있을까. 희수의 SNS 이따금씩 게시물이 업로드된다. 희수의 웃음과 희수의 사랑, 희수의 여행이 담긴 사진들. 하지만 희수에 대한 어떤 질문들에도 대답을 하지 못하겠다. 100장이 넘는 사진들을 보고 희수의 목소리로 지낸다는 말을 들었어도 희수가 어디에서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는지 도통 수가 없다. 어디에서 어떤 마음으로, 나는 절대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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