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츠 뉴 트렌드, 2018
잇츠 뉴 트렌드
요즘 ‘소확행’이라는 말이 자주 보인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문장을 줄인 말이다.
이 문장은 내 추론이 맞는다면 무라카미 하루키가 먼저 표현했던 문장이다.
[생활속에서 개인적인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크든 작든 철저한 자기 규제 같은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꾹 참고 격렬하게 운동을 한 뒤에 마시는 차갑게 얼린 맥주 한 잔 같은 것이다.
그러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없는 인생은 메마른 사막에 지나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렇듯 문장이 세상에 표현되면 사람들은 공감하고 공감한 사람들은 ‘좋아요’를 누른다.
‘좋아요’를 눌린 게시물들은 공유되고 그 문장은 더 널리 빠르게 퍼져나간다.
그리고 그 문장은 이내 길거리에서 볼 수 있게 된다.
맛있고 저렴한 디저트 가게 홍보 간판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고,
영화관에서 티켓 이벤트를 진행할 때에도 볼 수 있을 거고,
서점에서도 볼 수 있고 노래방에서도 볼 수 있고 술집에서도 볼 수 있어 진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왜냐면 이 문장은 유행이 됐으니까.
문장은 유행이 된다. 쉽게 말해 개그맨들의 ‘유행어’를 생각하면 쉽다.
개그맨들의 ‘유행어’는 어떤 적절한 상황에서 재치있게 상황을 넘길 수 있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앞서 말한 ‘문장’이 유행이 되는 경우로 돌아가 보자.
문장이 유행되는 경우는 표면적으로는 그 문장이 유행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문장이 아니라 감정이 유행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몇 년 전에 인문학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때 강의에서는 ‘취존(취향 존중)’이라는 말에 대한 분석이 있었다.
예전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그때 요점은 이거였다.
‘존중’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우아해 보이지만 사실 ‘취향 존중’이라는 단어는
이해를 포기하는 것을 선언할 때 쓰인다는 것이다.
더 이해가 되지 않을 때, 우리는 말한다.
‘너 이거 좋아한다고? 아… 취존할게^^’
더 이해하지 않고 대화를 끝내버리는 데에 ‘존중’이라는 단어가 사용되는 것이다.
이때 사람들이 ‘취존’이라는 단어가 사용되면서 정말로 사람 간에 ‘존중’이라는 감정이 유행됐을까?
나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때 유행했던 감정은 ‘무시’였다고 생각한다.
쿨(cool)이라는 단어가 유행될 때 사람들은 쿨-하려고 노력했고,
가성비라는 단어가 유행될 때 사람들은 합리적인 소비를 하려고 노력했고,
힐링이라는 단어가 유행될 때는 여행을 하려 했고,
선택 장애라는 말이 유행될 때 사람들은 자신의 우유부단함을 개선하려 노력하지 않았으며
소확행이라는 단어가 유행되는 지금은 작은 데서 행복이라는 이면을 찾아보려고 노력하고있다.
이렇듯 우리는 유행하는 문장에 인생을 따라가려 노력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문장에 휩쓸려서 감정을 소비할까.
나는 사람들이 누군가가 발화해주는 문장에 감정을 기대면서
영원히 ‘좋아요’ 버튼만 누르고 살까 봐 걱정이 된다.
따라 말하는 건 앵무새가 하는 행동이다.
앵무새의 문장에는 힘이 없다.